협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루덴스코드/Etc 2017. 5. 1. 17:42

The Co-operative Santa Dash - London


협동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고, 총회나 다른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신규가입자를 심사, 승낙하는 것이 가능하다.


협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대해서 기존에 읽었던 책("협동조합 참 좋다")에서는 국제협동조합연맹의 경우를 들며 조합원의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의 원칙과 함께 정치, 종교, 사회적 이유로 가입을 제한하거나 탈퇴를 강요해서는 안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책에서는 open membership 만을 보여주고 있어서 제한적 조합원 가입에 대한 부분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2017/04/30 - [우리안의 페르소나/바람 칼럼] - 서평 "협동조합 참 좋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입문서


제한적 조합원 가입에 대한 내용을 찾은 이유는 첫째, 개방조합원제(open membership)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체성 왜곡과 영리기업화의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5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이 잘 되고 있다고 판단한 누군가가 10명의 인원을 동원하여 그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면서 그 협동조합을 자기 구미에 맞게 얼마든지 바꾸고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초기에는 고생을 함께 하면서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성장과 함께 협동조합을 찾는 사람들은 편함이라는 열매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더 나아가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사악(?)한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 전자, 즉 어느정도의 편리성을 보고 협동조합에 함께 하겠다는 이들은 얼마든지 환영할 수 있고, 함께 해 나갈 수 있겠지만 후자,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배타적 탐욕을 채우려는 이들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미리 어느정도의 예비책 혹은 장치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주식회사라면 50%의 주식을 소유함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겠지만 협동조합은 그 부분이 약하다.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경영과 기업활동은 큰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되면 낭패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부분, closed membership 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협동조합은 이용자 소유회사로 조합원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합원의 가입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이는 조합원의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 원칙과 상충되지는 않는다. 협동조합의 유형에 따라 개방형 조합원제가 어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제한 조합원제가 어울릴 수도 있다. 이를테면 부가가치 투자와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경우, 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휴면 조합원 - 직업변경, 은퇴, 거주지이전 등 - 의 증가는 곧 외부 투자자에게 그들의 권리를 양도함으로 소유권과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결국 협동조합의 운영을 왜곡되게 할 수 있다.


농협의 경우 지역농협의 조합원에 대해 주소, 거주,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농업인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한다. 그리고 지역농협 이사회는 신규 조합원의 가입을 심사, 승낙하는 역할을 한다. 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에 대한 탈퇴 조치는 지역농협의 총회에서 결정된다.


코딩교육에 관한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이 부분을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기 전까지는 open membership 보다는 closed membership 이 필요하다. 충분히 조합원의 숫자가 커진다면 그때 open membership 으로 전환한다. 이 전환의 시점은 조합 총회에서 결정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