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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덴스코드/바람 칼럼

우리 안의 꼰대를 벗어버리자


우리안의 꼰대를 벗어버리자


아이가 대안학교를 다닌지 올해 6년째가 된다. 초등과정을 모두 마친 셈이다. 그간 힘들고 갈등상황을 유발한 것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지나간 것 같다.

대안학교를 다니기 전과 지금, 개인적으로 대안학교를 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졌다. 조금 더 정확히는 대안학교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끔 보는 지하철 속 포교활동가


두주 전 쯤, 지하철에서 기독교 포교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들이 눈쌀을 찌푸리거나 말거나 그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열심히 포교활동을 했다. 당연히 억울한 대통령에 대한 호소는 그 포교활동의 한 부분이었다. 그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지하철속 포교와 대통령에 대한 소신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비록 나와 생각은 많이 다르지만 그 열심과 생각은 존중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시대의 꼰대였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사람들, 해커


스톨먼은 해커를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해커를 시스템 보안을 뚫고 해악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세상속에서 그는 지식과 정보는 소수에게 점유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하면 Copyleft 운동을 벌였다. 저작권, Copyright 에 반대되는 Copyleft 를 주장하는 해커들은 자본가나 사용자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반 노동자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 밖에 있는 이름없는 '어나니머스'였다.




해커들은 사회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은행을 해킹하고, 전화국을 해킹하고, 보안시스템을 해킹했다. 일부는 MS 오피스의 공개버젼인 오픈오피스를 만들었다. 리눅스라는 윈도우와 많이 다른 OS 를 만들었다. 그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공개되었고, 지금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사 조차 사용하고 있다.


그들에게 프로그램은 자본을 가진 사람들, 정보를 독점하려는 사람들과 싸울 수 있는 도구였다. 그들에게 공유와 협동은 거대 자본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었다. 


대안교육의 장로들


한국의 대안교육은 사회운동과 결부되며 시작되었다. 결국 노동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에 편중된 대안교육이 지금의 한국사회의 대안학교의 흐름속에 있다. 그러다보니 현재 대안교육은 공교육과도 갈등을 빚고, 일반 시민들과도 거리감을 갖게 되었다. 많은 대안학교들이 문을 닫고, 대안교육 진영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최근 대안교육 사이트 민들레에서 "미래가 그렇게 오지 않는다면"이라는 주제의 연례 포럼을 가졌다. 위기의식은 있었지만 결국 이 자리에서 다시 확인한 것은 세상이 아무리 우리를 흔들어도 흔들리지 말자는 일종의 자기암시와 의지의 표명이었다. 


세 부류가 이끄는 세 갈래의 교육


자본가, 혹은 사용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교육은 현재의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읽기와 쓰기, 수학을 가르쳤던 근원을 찾아보면 공장이라는 산업시설이 시작되면서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교육을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을 소유했고, 그래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노동력을 갖춘 사람을 원한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가방을 사면 책을 많이 넣고 찢어지지 않는 것을 살 것이고, 내 아내가 가방을 사면 가볍고 디자인이 수려한 것을 살 것이다. 당연하다. 돈을 주고 노동력을 구입한다면 자기가 원하는 노동력을 가진 사람을 원할 것이다. 


노동가, 대안교육 진영의 장로들이 원하는 교육은 자본가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교육이다. 딱히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 그저 행복하면 된다는 상당히 막연함을 꿈꾼다. 그러다보니 얼마나 벌수 있는지는 그다지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끔 돈 없이 행복하게 사는 특별한 방법에 대해서 역설하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글이 별 설득력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종종 나이들어 농촌으로 떠나면서 행복하게 사는 길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나온다. 아직 그 사람들 중 여기에 행복이 있다고 다시 부르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공교육에서 자본주의적 냄새가 가득한 진로교육을 시킨다면 대안학교에서 왜 노동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지 않느냐고 역설하기도 한다. 잘 이해가 안된다. 뭘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라고 만들어만 놓고 아이들이 알아서 크라고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방관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신 들에서 야성을 키운다며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해커들은 자본가일수도 노동자일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해커들이 마치 이 사회를 구성하는 세 개의 큰 집단중 하나로 보여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커들은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어나니머스이고, 아나키스트이다. 아나키스트는 국가라는 커다란 집단을 싫어하고, 모여서 집단중심적인 배타적 사고를 하는 어떤 집단과도 맞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는 집단의 일원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정보를 공유한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 한다. 리누즈 토발즈는 리눅스라는 운영체제를 만들었다. 2013년, 리눅스 웹서버는 전 세계의 서버 33% 를 차지한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서버가 35% 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 MS 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는 Open Office, 포토샵을 대체할 수 있는 GIMP 등이 있다. 심지어 구조계산을 하는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오픈소스가 있고, 전자회로를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오픈소스가 있다. 주로 소프트웨어쪽으로 활동하는 오픈소스진영은 마시모반지의 아두이노가 합류되면서 하드웨어쪽으로도 오픈소스 운동이 시작된다. 개인이 구입하기 부담스러웠던 개발보드는 한끼 식사비용으로 내려갔고, 회사에서나 구입할 수 있었던 고가의 프로그램도 무료로 공개되었다. 세상은 갑작스럽게 Maker 라는 운동이 펼쳐졌다. 이전까지 비싸게 팔던 개발보드와 소프트웨어는 가격이 내려가거나 무료로 바뀌었다. 그들은 세상을 바꿨다.



오픈오피스를 사용하고 있다. 불편하다. MS 오피스만큼 잘 되지 않는다. GIMP 로 사진을 편집한다. KiCAD 로 PCB 설계를 해봤다. 하다보니 쓸만하다. 손에 익숙하지 않아서 안썼던 것이지 처음부터 썼더라면 괜찮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오픈소스는 소수의 정보집중을 막기위해 시작된 것이고, 누구라도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공개된 것이다. 잘 만 쓴다면 불법복사라는 오명을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MS 오피스도 써야 하고, AutoCAD 나 포토샵등도 써야 한다. 하지만 굳이 개인이 전문적인 편집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픈소스를 사용해보는 것도 좋다. 아니, 적어도 지금의 공교육과 자본주의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라면 해커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경험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이 했던 나름의 투쟁을 기억해야하지 않을까? IT 나 코딩이라면 무조건 자본가들의 탐욕의 결과물로 치부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안의 꼰대를 벗어나야한다.